방패에 대한 소견


아직도 등짝이 욱신거린다. 태어나서 등에 멍들어보긴 처음이다. 등짝에 멍들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겠냐마는. 내 꼬라지도 별로 성치는 않다만, 그래도 피흘리고 부상당한 분들 사진을 보면 내가 너무 무사히 돌아온 게 아닌가 싶어서 죄송한 마음마저 든다. 내가 의외로 도망치고 숨는 재주가 있나. 그러고 보니 예전에 했던 이런 테스트도 있었다는. 그러거나 말거나, 담번엔 반드시 백팩을 메고 가야겠다.

맞아보고 나니 드는 생각인데, 이 지랄맞은 상황이 다 종료되고 나면 우선 저 방패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패의 목적은 말 그대로 막는 거지 때리는 게 아닌데, 이제는 완벽한 공방일체의 무기로 쓰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저 방패가 사람을 때리는 목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혼자서 휘두르기 어려운 정도의 무게로 늘리면 어떨까 싶다. 알방 무게가 약 7kg 정도라고 하니, 성인남자가 휘두르기엔 좀 피곤하겠지만 들고 찍기에는 적절한 무게인 듯 싶다. 그러니 이걸 한 세 배 정도 더 무겁게 만들어서 한 사람이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게로 만들면 적어도 서있는 사람에게 무기로 사용하긴 어렵지 않을까. 무거우니까 본래 목적인 방어에는 더 용이할 것이고. 무거워졌다고 그걸 이용해 쓰러진 사람을 가격하면 그건 작살을 낼 일이고. 알방 이외의 방패도 마찬가지로 모두 사람이 휘두를 수 없는 무게로 늘려야 한다. 물론 전의경들이야 더 힘들어지겠지만, 어차피 버스로 옮기는 거니까 이동상의 문제도 없고. 경찰 기동력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겠지만, 무게를 늘리는 만큼 이동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을 방패 안에 장착할 여지도 넓어진다. 접이식 바퀴를 장착하는 것도 좋겠다. 어쨌거나 무조건 휘두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그보다는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리고 내 등짝 찍은 새끼. 넌 날 기억 못할테지만 난 네 얼굴 똑똑히 기억한다. 길 가다 걸리기만 해.

by flechette | 2008/06/02 17:46 | 과격꼴통분자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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