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세계
비정규직, 이랜드, 기독교


현실은 어째서 개 같을까. 거리를 활보하는 저 사람들이 모두 개 같은 인간들은 아닐진데, 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이다지도 개 같을까.

난 앞으로 이랜드와 관련된 어떠한 상품도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네이버 덧글란이 쓰레기장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좀 살자는 외침에 그렇게도 악의에 찬 냉소를 보이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과연 네이버 덧글에서 끝나는 걸까.

우리 학교는 대학로에 있기 때문에 종종 시위로 인해 주변교통이 마비되곤 한다. 나는 대개 혼자 다니지만, 누군가라도 옆에 있는 경우에는 십중팔구 그의 입에서 "아 씨, 데모 좀 작작하지. 다 잡아가라." 이런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혹시 왜 시위하는지 아느냐고 물어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길 막히니까 짜증나는 거다. 그리고 내 일 아니니까. 절망한다. 청년층의 탈정치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부에 있던 시절에는 마치 유행처럼 번졌다. RATM 같은 거 들으면서 멋으로 저항하는 척 하는 녀석들 천지였다. Fuck the system 같은 말들을 아무데나 사방팔방 갈겨놓으면서 그 시스템이 뭔지에 대해서는 책 한 권, 신문 한 장 들춰보지 않던 녀석들. 그들의 공통점은 투표를 안 한다는 것이었다. 탈정치를 쿨한 것으로 착각하던 그들, 그리고 아예 아무 생각이 없던 보통사람들. 보통사람들이 아무 생각할 필요가 없던 것은 과거 만큼 치열하게 저항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거니와, 체제가 민중을 다루는 방법이 그만큼 더 교묘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래. 우리는 어느샌가 불꽃놀이만 터뜨려주면 넋이 나가 쳐다보는 좀비떼가 되어있었다.

이렇듯 아무 생각도 철학도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시위하는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는 조롱 섞인 냉소 뿐이다. 마치 나는 안 그럴 것인 양. 나는 보란듯이 정규직이 되어 떵떵거리며 살 것처럼. 그래봐야 자기도 예비노동자면서. 게다가 언제 짤려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게 될 지, 혹은 실업자가 될 지도 모르는 주제에. 아니, 차라리 정규직이라도 되고 나서 욕을 하려거든 해라.

어디부터 꼬인 걸까. 왜 그들은 사용자도 아니면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할까. 참 기가 찰 노릇이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심지어는 예비사용자 조차도 아닌데 말이다. 혹시 사용자가 되고픈 신분상승의 욕구를 그런 식으로 표출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걸수도 있고. 그냥 길 막히니까 짜증나는 거다. 밥 안 준다고 짖는 개나, 젖 안 준다고 우는 애나 다를 바 없다.

그런 사람들로 가득찬 곳이 이 세상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들이 다수도 아니거니와, 할 수 있는 행동이라봐야 겨우 불매 뿐이다. 그걸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백주대낮에 길에서 분신을 해도 꿈쩍 않는 게 이 나라 사람들이다. 쉽게 잊어버리는 냄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경조차 안 쓴다. 그냥 그랬거니 하고 만다. 이 나라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 썩어빠진 시민의식이기 때문에 결국 불매 정도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일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안 바뀐다.

언젠가 내가 세상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하자, 해비타트로 필리핀에 다녀온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무언가를 하기나 해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나는 그 친구의 뜻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자기 돈 들여서 남의 집 지어주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100억 가진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을 꽉 틀어쥐고 있는 세상에서 1억 가진 사람이 한 푼도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을 나눠주는 건 결국 무의미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겨우 불매라고. 어쩌라고. 머저리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불매를 권하기라도 했다가는 나만 바보된다. 한때는 바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이젠 지쳤다.

세상은 안 바뀐다. 바꾸고 싶다면 차라리 사보타주와 테러를 택하라.



그래도 불매는 한다. 지금으로선 이것 뿐이니까. 하지만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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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echette | 2007/07/21 02:51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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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반노동기업 이랜드 반대 at 2007/07/21 11:27

제목 : 이랜드 반대 리본, 왼쪽 위에 다는 방법
이랜드 반대 리본을 왼쪽 위에 달기 위해서는 아래의 코드를 태그 아래에 넣으시면 됩니다. 이글루스 등 스크립트 태그를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 이랜드 반대 리본을 왼쪽 위에 달기 위해서는 아래의 코드를 태그 아래에 넣으시면 됩니다. ...more

Commented by nabiko at 2007/07/21 09:19
세상은 젓같아요..저 법안 딴나라당에서 통과시켰는데 사람들 대통령탓만하고..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매운동 동참.
Commented by flechette at 2007/07/21 17:17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보이는 노동운동에 대한 태도는 뒷골이 땡길만한 부분이 많죠.
확실히 지난 정부보다 더 잔악해진 면이 있습니다. 후회막급...
Commented by 불라방! at 2007/07/24 23:44
저기 브랜드들 중 '푸마'는 라이센스 기간이 끝나서 지금은 이랜드 계열이 아니라고 하네요
Commented by flechette at 2007/07/27 05:58
그렇군요. 어차피 저 브랜드들 중 구매해본 건 어렸을 때 언더우드에서 무지티 산 기억 뿐이야.
Commented by Lucy at 2007/07/28 15:14
음.. 글의 내용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지만;;;
근로 끝났어? 아직 학교 다니면 담주중에 밥이나 한끼 함께 잡숴요 - 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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